광학기술 전문가가 있다고 하자.
그는 해당 기술을 이용해 의료용 진단기기를 만들 수도,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후 그는 해당 제품을 구독 형태로 과금할 수도, 1회성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기 전, 그에게 정해진 것은 그가 광학기술 전문가라는 것 뿐.
그러면 무엇이 그 사업가가 기술을 활용할 분야를, 판매할 방식을 선택하게 만드는 걸까?
시나리오 1. 기술만 가지고 제품, 과금 구조는 시장 규모, 수익성을 바탕으로 결정한 경우
그는 뼛속부터 사업가이기 때문에, 내가 가진 기술로 가장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 판매 구조를 선택했다.
시나리오 2. 사업을 하고 싶은 제품 분야가 먼저 확정된 후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 진출한 경우
그는 사업을 하고 싶은 광학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선진 의료기기를 통해 질병 치료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스스로가 가진 광학기술을 가지고 의료진단기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과금 구조는 이후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료기기를 매입하기에 1회성 판매 형태를 골랐다. 물론, 지금까지 대부분이 1회성 판매로 팔아왔지만 구독 방식으로 바꿈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혹은 더 많은 수익을 낸 비즈니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 구매자의 반발이 발생하는 경우(구독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구매자가 추가적으로 얻는 효용이 크지 않을 경우 등)는 시장의 판매 방식에 순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시나리오 3. 기술과 BM을 먼저 만들고 해당 기술과 BM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른 경우
그는 광학기술 전문가이고, 요즘 구독형 모델이 각광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구독 모델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엔터테인먼트 기기 대여 사업을 하기로 결정
지금까지 IR을 다니면서 들은 바로는, 시나리오 2의 경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투자자에게 단지 수익성만을 쫓는 사업가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명분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로 보이고 싶은 대표들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시나리오 2의 경우가 가장 흔하다고 가정하고 생각을 전개해보자면,
시나리오 2의 경우에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업에 접근해야 할까?
사업가는 의사결정을 할 때, ‘변경할 수 없는 (혹은 변경하지 않을) 것’과 ‘변경할 수 있는 것’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시나리오 2의 경우는 ‘나는 광학기술 전문가이다’(변경할 수 없는 것)와,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해 의료 발전에 기여하겠다’(변경하지 않을 것)는 것을 고정된 값으로 가진다.
이를 바탕으로 고정된 값과 변경할 수 있는 값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고정된 값 : 영상진단용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한다.
(※ 광학 기술을 이용해 영상진단보다 적절한 분야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 경우는 해당 사업가가 스스로의 광학 전문성으로 성과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기기가 영상진단용 의료기기라고 판단/검증을 거쳤다고 가정해보겠다.)
> 변경할 수 있는 값 :
- 의료기기 완제품을 만드는가, 부품을 만드는가?
- (완제품 생산 시) 자체 브랜드를 가져가는가, CDMO의 형태를 취하는가?
- 기상용화된 제품이 하나도 없는 신제품 개발을 시도하는가, 선진 기업이 존재하는 제품군의 국산화 또는 품질개선을 시도하는가?
- 자체 공장을 보유해 생산하는가, 설계 위주로 진행 후 생산은 생산설비대여 혹은 외주를 통해 진행하는가?
그렇다면 이 때, 변경될 수 있는 값들은 결정하기 위해서는 각 경우의 장단점을 파악해야할 것이다. 장단점은 다음과 같이 나열할 수 있다.
> 의료기기 완제품을 만드는가, 부품을 만드는가?
→ 완제품 생산 시 더 높은 이익률, 판매단가를 영위할 수 있으나, 의료기기의 경우 허가 절차에 어려움(많은 시간, 비용)을 겪을 수 있다.
> (완제품 생산 시) 자체 브랜드를 가져가는가, CDMO의 형태를 취하는가?
→ 자체 브랜드의 경우도 CDMO에 비해 높은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으나 브랜드 신뢰도 향상 어려울 시 시장 침투에 불리할 수 있다.
> 기상용화된 제품이 하나도 없는 신제품 개발을 시도하는가, 선진 기업이 존재하는 제품군의 국산화 또는 품질개선을 시도하는가?
→ 신제품 개발을 시도 시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개발 성공 사례가 없기 때문에 개발 실패 가능성이 높으며, 개발 성공이 지연될 경우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반면, 시장 후발 주자로 참여한다는 것은 개발비를 낮추는 데는 유리하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불리하거나, 특히 의료기기 같은 경우 국산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도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 자체 공장을 보유해 생산하는가, 설계 위주로 진행 후 생산은 생산설비대여 혹은 외주를 통해 진행하는가?
→ 자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BEP 도달이 늦어질 수 있다. 생산설비를 대여하거나 외주를 하는 경우, 장기적인 생산비용이 높아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의 소기업은 자체 생산(자체 공장 or 설비대여)을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설계 능력이 핵심이 되는 경우 생산은 외주를 맡길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사업적인 결정을 내릴 때는, 각 선택지를 고름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모두 나열한 후 부정적 효과의 발생 확률이 낮거나, 부정적 효과의 강도가 약한 선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특히, “광학진단용 의료기기”라는 큰 분류 내에서도 스스로의 제품, 사업모델을 정의하기 위한 많은 세부 항목들이 있으니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수정해 나가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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